에어프라이어를 산 건 재작년 겨울이었다. 다들 있길래, 뭔가 나만 없으면 손해 보는 기분이라 질렀다. 처음 한 달은 냉동만두며 너겟이며 신나게 돌렸는데, 어느 순간부터 그냥 주방 한구석에서 먼지받이가 됐다. 설거지가 귀찮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다.
그러다 올봄에 주방을 정리하면서 이걸 중고로 팔까 고민했다. 사진을 찍으려고 오랜만에 꺼내 닦는데, 바스켓에 묻은 기름때를 보니 마지막에 뭘 해 먹었는지도 기억이 안 났다. 팔기 전에 한 번만 더 써보자 싶어서 그날 저녁에 가래떡을 넣어봤다.
이게 의외였다.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쫀득한 게, 어릴 때 연탄불에 구워 먹던 그 느낌이랑 비슷했다. 꿀에 찍어 먹으면서 혼자 감탄했다. 다음 날엔 고구마, 그다음 날엔 식빵에 버터를 발라 구웠다.
한동안 안 쓴 이유가 설거지였는데, 알고 보니 종이호일 한 장만 깔면 될 일이었다. 진작 알았으면 1년을 묵히진 않았을 텐데. 이런 게 좀 나답다 싶어서 헛웃음이 났다.
결국 중고로 팔겠다는 생각은 접었다. 요즘은 거의 매일 저녁마다 뭐라도 하나 굽는다. 비싼 물건이라서가 아니라, 한 번 정 붙이고 나니까 버리기가 아까워졌다.